중국 화웨이가 대만 폭스콘에 맡겨 생산하던 스마트폰 물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구글,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끊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내년 말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도 재점검하고 있다.
'화웨이 폰' 폭스콘 생산 축소…美 '거래 금지' 후폭풍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일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스마트폰 주문량을 축소하면서 폭스콘의 선전공장에 있는 일부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번 주문이 일시적 생산 감소인지 아니면 장기적 삭감의 일부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부품이나 기술을 25% 이상 사용한 해외 기업도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인텔,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뿐 아니라 일본 파나소닉,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 등이 줄줄이 화웨이와 관계를 끊기로 했다. 구글이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면서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오픈소스 제외)와 지메일, 구글맵, 유튜브 등을 탑재할 수 없게 됐다.

SCMP는 화웨이가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도 재점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올해 말까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2020년 말까지는 삼성전자를 추월해 세계 최대 스마트폰 공급 업체가 되겠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의 자오밍 사장은 “현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가 2020년까지 1위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지 언급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15.7%로 작년 동기의 10.5%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각각 20.5%에서 19.2%, 14.1%에서 11.9%로 하락했다.

CNBC에 따르면 밍치궈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구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매달 출하량이 800만~1000만 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화웨이의 지난해 출하량은 2억 대 수준이었다. 또 화웨이가 중국을 제외한 외국에서 점유율을 잃으면 삼성전자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봤다.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상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계속될 경우 중국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화웨이와 거래를 끊는 등 중국 기업에 차별적 조치를 가한 기업, 비상업적 목적으로 정상적인 시장규칙을 위반한 기업 등을 목록에 올릴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상으로 인텔, 퀄컴, 구글 등을 지목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