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이어 마두로도…美 '축출 계획' 또 실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이 2일(현지시간) 건재를 과시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주도하고 미국이 지지한 군사 봉기는 정부군에 진압됐다. 미국이 2000년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축출하지 못한 데 이어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는 데도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한 기념식에 군사령관들을 대동하고 나와 “반역자와 쿠데타 음모자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이 싸움에서 높은 사기를 유지해달라”고 말했다. 마두로 정권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4500명의 군 병력이 참석했다.

과이도 의장이 지난달 30일 공개적으로 촉구한 군사 봉기는 실패로 막을 내린 분위기다. 과이도 의장 측에 가담했던 군인 25명은 브라질 대사관에서 망명을 추진 중이며 가택연금에서 탈출한 야권 유력인사 레오폴도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은 가족과 함께 스페인 대사관저로 피신했다. 로페스 전 시장은 마두로 정권이 붕괴되면 시행될 대선에서 야권 대표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됐다.

군사 봉기 이후 1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시위에선 최소 4명이 숨지고 230명 이상이 다쳤으며 205명이 구금됐다고 AP통신과 인권운동가들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에선 군사 봉기 정보가 사전에 노출된 게 실패의 핵심 원인이란 보도가 나왔다. 과이도 의장 측이 미국의 지지 아래 지난 2월부터 마두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접촉해 마두로 대통령 퇴진과 과도정부 수립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가 이뤄지기 전 정보가 새나가면서 힘이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 같은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상황을 오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마두로 세력의 힘을 과대평가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99년 사회주의를 표방한 차베스 정권 집권 후 베네수엘라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2002년 쿠데타가 발생해 차베스 전 대통령이 축출되자 미국은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차베스는 곧바로 쿠데타를 진압하고 권좌에 복귀해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다. 차베스는 2008년에도 미국이 연루된 쿠데타 음모를 적발했다고 주장하며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를 추방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후계자로 2013년 차베스 사망 후 집권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