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빵 없으면 케익 먹어라'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에 빗대 비판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잇단 '국민정서 괴리 발언'
'갑부' 美상무, 셧다운 고통 공무원들에 "대출받으면 되지" 논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급여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들에 대해 "대출을 받으면 되지 왜 푸드 뱅크에 기대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정쟁의 산물로 빚어진 셧다운 사태로 인해 약 80만명의 공무원이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고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로스 장관은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는 80만명의 근로자 가운데 일부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노숙자 보호소에 가야 할 수도 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은행이나 신용 협동조합에서 대출을 받는 게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장돼 있다"며 "일시해고된 근로자들은 결국 월급을 돌려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대출을 안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또한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속도가 늦어진다는 주장은 과장법이다"라고 반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로스 장관의 '대출 발언'에 대해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인사 중 하나인 로스 장관의 발언은 셧다운 국면에서 논란을 빚은 행정부 인사 발언 중 가장 최근 사례"라며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셧다운 사태로 근로자들이 겪는 '충격'에 대해 무감각하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로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각료 중에서도 대표적 갑부로 꼽힌다.

당장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로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과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먹을 빵이 없다는 농부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는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또는 '아버지에게 돈 달라고 전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 해고 상태가 된 연방정부 공무원들에 대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인사 중 많은 사람은 내가 하는 일에 100%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일시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은 형편이 더 나아진 셈이다.

장차 월급을 다시 돌려받을 것이기 때문에 휴가와 비슷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그는 "전체 맥락이 왜곡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도 봉급을 제때 받지 못한 연방 공무원들에 대해 "약간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