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협안·민주당 예산안 모두 상원서 부결…여야 협상은 계속
트럼프 "합리적 합의 나오면 지지할 것"…CNN, 비상사태 준비 보도
래리 호건 "트럼프·펠로시, 두살짜리냐…정치적 게임 멈춰라" 비난
美상원 '셧다운 표결' 연달아 부결…"백악관, 비상사태 준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각각 밀어붙인 2개의 예산안이 예상대로 상원 문턱에서 모두 미끄러졌다.

백악관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셧다운 해결을 위한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나 이미 한 달을 훌쩍 넘긴 셧다운 정국이 언제 해소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 연방 상원은 24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트럼프 타협안'과 '민주당표(票) 예산안'을 차례로 표결에 부쳤으나, 두 건 모두 찬성표가 가결 정족수(60표)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트럼프 타협안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내용을 담아 공화당이 제출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장벽 예산 57억 달러와 민주당이 존치를 원하는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폐지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벽과 다카를 맞바꾸자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일찌감치 거부한 터라 표결에 부치더라도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표결에서는 찬성이 50표로 반대(47표)보다 많았으나 가결에 필요한 60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53석)에서도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장벽 건설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민주당표 예산안은 찬성 52표, 반대 44표로 부결됐다.

민주당(무소속 포함 47석) 상원의원에 더해 라마 알렉산더(테네시), 수전 콜린스(메인),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밋 롬니(유타) 등 공화당 의원 일부가 찬성으로 돌아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주말을 앞두고 두 예산안이 모두 상원에서 부결됨으로써 이미 34일째를 맞은 셧다운 사태가 또 다음 주로 이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美상원 '셧다운 표결' 연달아 부결…"백악관, 비상사태 준비"
상원 표결 부결 이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와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회동, 출구 마련을 위한 협상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코널과 슈머 원내대표가) 합리적인 합의에 이르면 나는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안들도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 일부는 연방정부 운영 재개를 위한 초당적 수정안을 상원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장벽 예산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장벽 건설을 위한 상당 규모의 '착수금'(a large down payment)이 없이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벽 예산 요구 금액을 당초의 57억 달러에서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일단 '착수금'은 불가하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이 말하는 합리적 합의가 상당 규모의 장벽 건설 착수금을 뜻하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CNN방송은 백악관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국가비상사태 선언문 초안을 입수했다면서 이 문서가 지난주 보완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 사이에 여전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장벽 건설 예산 확보를 위해 군 건설자금에서 36억 달러, 펜타곤 토목기금에서 30억 달러, 국토안보국 기금에서 2억 달러, 재무부 자산몰수기금에서 6억8천100만 달러를 동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육군 공병부대가 장벽 건설에 나서며 환경영향평가는 건너뛰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를 건너 뛰고 장벽 건설에 착수할 수 있으나 민주당과의 극한 대치 장기화가 불가피하고 법원의 제동 결정이 있을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장 등이 두살짜리처럼 군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이건 말도 안된다"면서 "바보같은 정치적 게임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