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빌딩이 올해나 내년 한 번 더 자랄 것으로 보인다.” 뉴욕포스트는 맨해튼의 수많은 빌딩은 수십 년째 똑같은 크기의 빌딩인데도 몇 년에 한 번씩 임대 공간면적이 커졌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건물주들이 주기적으로 임대면적에 포함되는 공용 공간을 늘리면서 수요자로서는 실제 사용면적은 똑같은데도 임대 계약면적은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美 맨해튼 빌딩 임대면적은 매년 저절로 늘어난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맨해튼에서 사무실을 빌린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실제 사용면적이 임차면적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맨해튼 빌딩들이 임대면적에 로스팩터를 27%나 포함해 임대하기 때문이다. 로스팩터는 옥상, 기계실, 계단, 엘리베이터홀 등 원래는 임대할 수 없는 공용면적을 말한다. 맨해튼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이런 공간은 임대면적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맨해튼 건물주들은 이를 전용면적에 넣어 임대료를 더 받고 있다.

게다가 이런 로스팩터 비율은 몇 년에 한 번씩 높아진다. 맨해튼 건물주 단체인 REBNY에 따르면 로스팩터 비율은 2002년까지 18~20%였지만 2002~2004년 20~22%로 높아졌고, 2007년부터는 27%로 더 상승했다. 그만큼 실제 임대면적은 줄고 임대료 부담은 높아진다. 로스팩터 비율이 기존 20%에서 27%로 상향되면 1만제곱피트(929㎡)의 면적을 이용할 때 명목상 임대면적은 기존 1만2000제곱피트에서 1만2700제곱피트로 늘게 된다. 빌딩주로선 빌딩 면적은 그대로인데, 임대면적을 늘려 세입자와 재계약하는 것이다.

이런 로스팩터 비율 조정은 맨해튼 건물주들의 양대 단체인 REBNY와 BOMA 중심으로 이뤄진다. 협회 이사들이 모여 로스팩터 비율을 조정하면 건물주들은 이에 맞춰 임대면적표를 수정한다. 그러면 부동산 브로커들이 이에 맞춰 임대하는 식이다.

임차인들로선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임대료가 비싼 맨해튼인데 쓰지도 않는 사무실 면적에 더 많은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건물주뿐만 아니라 맨해튼을 주름잡는 부동산 브로커들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JLL, 뉴마크, CBRE 등도 모두 한통속이어서다. 이들은 REBNY와 BOMA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로스팩터를 반영한 면적을 임대하는 이들을 통하지 않으면 사실상 맨해튼의 사무실을 빌리기 힘들다. 이는 맨해튼 섬의 공간이 한정돼 있는 데다 임차 수요가 빌딩 공급보다 많아 일어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건물주와 부동산 브로커들이 뭉칠 수 있는 건 대부분 유대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대인은 맨해튼 내 개인이 소유한 건물의 80%가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 당국도 로스팩터 조정을 막지 않는다. 임대면적이 커지면 재산세 등 세금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로스팩터 비율을 29%로 높이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10년 이상 제자리였던 데다 지난 몇 년간 대형 건물 신·증축이 다수 이뤄졌다. 한 건물주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대규모 빌딩 공사가 많은데, 이런 빌딩들이 완공되거나 매매가 많은 시기에 주로 로스팩터 상향 조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