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소프트뱅크의 미국 투자펀드 포트리스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기업 브로드컴의 미 반도체회사 퀄컴 인수를 막았다. 중국과 연관있는 기업들의 대(對)미 투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소프트뱅크의 투자펀드 포트리스 인수를 승인하기에 앞서 포트리스 자산 운용과 관련한 직접적 통제를 중단하도록 압박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380억달러에 이르는 포트리스의 자산 운용에서 발언권이 제한됐다고 FT는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포트리스의 경제적 소유권만 가질 뿐 더 이상은 없다”는 취지로 CFIUS와 타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2월 포트리스를 3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CFIUS 심사에 부딪혀 수개월째 승인이 지연됐다가 12월 말 인수를 완료했지만 통제권을 발휘하기 힘든 상태다.

소프트뱅크는 통신회사 스프린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최근 수년간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이 많았던 대표적 기업이다. CFIUS 압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의 포트리스 통제권 제약도 소프트뱅크가 중국의 온라인 대기업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미국이 안보상 이유로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 제동을 거는 조치 중 하나로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알리바바 자회사인 디지털 결제업체 앤트파이낸셜은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려 했다가 CFIUS의 제동으로 백지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통신용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미국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공표했다. CFIUS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