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의 신축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가격이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시기 수준에 도달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해 말 일본 수도권인 1도3현(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의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전년 말 대비 7.6% 상승한 5908만엔(약 5억6872만원)이었다. 27년 만의 최고치로 ‘거품경제’ 시기인 1989년과 1991년을 웃도는 수준이다.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1990년에 비해서도 평균가격 격차가 215만엔(약 2069만원)에 불과했다. 일본은 1990년 초를 기점으로 장기불황에 접어들면서 주요 부동산 가격이 50~70%가량 하락했다.

최근 일본 부동산 시장에는 과거와는 다른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거품경제 시기에는 교외를 포함한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뛰었지만, 최근의 가격 상승은 도심 지역과 주요 지하철역 인근의 재개발 지역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인기 지역에선 ‘1억엔 맨션(10억원 이상 아파트)’이라고 불리는 고급주택 판매도 늘었다. 지난해 수도권 지역의 고급주택 판매량은 전년 대비 52.4% 증가한 1928채였다. 1990년 이후 최대치다. 도큐부동산 등 부동산 업체들은 오는 3월에 도쿄 롯폰기와 나가타초 등에서 4억엔(약 38억5000만원)대 초고가 맨션도 분양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나친 가격 상승이 맨션 분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고가 부동산을 취급하는 7개 부동산 대기업의 분양시장 점유율은 10년 전 20%대에서 지난해 46%로 높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 부동산 업체들이 도산하면서 부동산 사업자 수가 줄어든 영향이다. 땅값이 비싼 도시 중심부에서 재개발이 주로 이뤄지면서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된 측면도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