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 후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양 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양자 및 국제 현안에서 협력 관계를 증진하기로 합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미-러 정상 간 전화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고 향후 업무 수행에서 성공을 기원했다”면서 “대화 과정에서 양측 모두가 건설적이고 대등하며 상호 유익한 기초 위에서 미-러 관계의 안정화와 발전을 위한 적극적 공동 노력을 기울이려는 의사 표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테러리즘과의 전쟁 △중동 정세 △아랍-이스라엘 분쟁 △핵의 전략적 안정성과 비확산 △이란 핵 프로그램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등 국제 현안을 상세하게 논의했다.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이 세계의 주요 위협인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힘을 모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IS를 포함한 시리아 내 테러조직 격퇴를 위한 양 국 행동의 실질적 조율 체제 구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양자 관계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할 양국 기업 간의 상호 유익한 통상·경제 관계 복원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두 지도자는 정기적으로 개인적 접촉을 지속하기로 합의하고 실무진에게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검토하도록 지시하기로 했다고 보도문은 전했다. 관심을 끌었던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가 논의됐는 지에 대해선 보도문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신(新)냉전’이라고 불릴 만큼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다.오바마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며 임기 막바지에 외교관 추방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통화는 모스크바 시간 저녁 8시(워싱턴 시간 낮 12시)부터 약 40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