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충돌…오바마-트럼프 '불안한 정권이양'
미국의 정권 교체 과정에서 신(新)·구(舊)권력 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그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동적인 발언과 어깃장을 무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순조롭게 정권 이양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월20일(대통령 취임일)은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뒤 플로리다주(州)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권 인수 작업은)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직 인수·인계작업이 제대로 될지 우려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자가 그동안 불만을 나타낸 사항은 이스라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대선 결과에 대한 가정(假定) 발언, 러시아 대선 개입 주장 등 세 가지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이 완전히 무시되고 무례하게 다뤄지도록 가만히 두고만 있어선 안 된다”며 “이스라엘은 좋은 친구였는데 더는 그렇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 출발은 끔찍한 이란 핵 합의였고 지금은 유엔 결의안”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3일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통과되도록 방조한 것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자는 26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출전할 수 있었다면 자신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발끈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일자리 유출, 이슬람 과격단체(IS), 오바마케어(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등”이라고 썼다. 이런 실패한 정책들 때문에 오바마가 나왔어도 결과는 매한가지였을 것이란 얘기다.

러시아 해킹 문제를 놓고도 팽팽하게 맞붙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컴퓨터 해킹이 미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결론짓고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러시아 해킹의 결과이기 때문에 인정하기 힘들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질 때 품위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미국 일부 연안에서의 원유·천연가스 채굴을 영구히 금지시킨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에 대해서도 ‘정책 알박기’라며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