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 트럼프 자질부족 공격…고어 전 부통령도 클린턴 지원 사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지원하는 유세 현장에서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리는 일이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경합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그린즈버러에서 연설을 통해 트럼프의 대통령 자질 부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연설이 순조롭게 흘러가는가 했지만 트럼프 지지자로 보이는 젊은 남성과 여성이 연단 쪽으로 향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클린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부각하고자 '빌 클린턴은 성폭행범'이라는 문구가 적힌 셔츠를 드러내 보였다.

이들은 즉시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항의자들이 "리얼리티 쇼의 오디션을 보는 모양"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트럼프가 NBC방송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의 진행을 맡았던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재개했지만 청중석에선 이내 "빌 클린턴은 성폭행범"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몇 분 후엔 한 남성이 클린턴 캠프의 대선 슬로건 '함께하면 더 강하다'를 변형한 '노스캐롤라이나도 함께'가 적힌 플래카드를 찢는 일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 차례의 소동에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현장"이라며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중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난동에 야유를 보내자 "야유 대신 투표하자"며 클린턴을 향한 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클린턴 지지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 사건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트럼프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2005년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 유혹 경험을 자랑한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데는 꼭 누군가의 남편이거나 아버지일 필요 없이 그저 인간이면 된다"며 주요 정당의 후보가 저속한 표현을 입에 담는 것을 보는 날이 오리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트럼프의 외설적인 발언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일하려고 한다면 받아주지 않을" 정도로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담패설 파문 이후에도 지지를 거두지 않은 공화당 인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음담패설을 한 것에) 강하게 반대하고 역겨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지지한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질과 판단, 지식, 진실성 면에서 트럼프는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클린턴의 경험과 자질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포함해 이번 주에 세 번의 클린턴 지원 사격에 나선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도 클린턴과의 합동 유세를 하며 힘을 보탰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한 연설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의 투표가 정말 중요하다"며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주 '투표 분쟁' 끝에 패배한 자신을 "증거물 A"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고어는 전국 득표수에서 53만 표를 더 얻고도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고어는 플로리다 주에서 300여 표 뒤지면서 플로리다 주 선거인단을 몽땅 잃었는데 재검표 공방이 벌어진 끝에 선거인단의 절반에서 1명을 더해 271명을 확보한 부시의 당선이 확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