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9일(현지시간) 열린 2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트럼프에게 여전히 역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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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지율 격차 4%포인트 미만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집계한 전국 단위 지지율을 보면 이날 현재 클린턴의 지지율은 44.3%로 40.6%인 트럼프를 3.7%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지난 7월 공화당 공식 후보로 선출된 이후 트럼프 지지율은 막말과 탈세, 성추문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3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선거인단은 클린턴이 260명을, 트럼프가 165명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선거인단의 과반인 270명이 필요하다. 클린턴이 최근 최대 경합지역인 오하이오주(州)에서 트럼프를 앞서면서 판세가 기울었다는 조사가 나왔지만 여전히 유동적이다.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플로리다를 포함해 9개 경합주의 113명은 여전히 향방을 알 수 없다.

2차 TV토론에서 트럼프가 후보 사퇴론을 잠재운 것도 커다란 성과다.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주지사도 TV토론 직후 트럼프의 대승을 주장하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15% 부동층, 제3 후보 지원 등 변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차 TV토론 결과 클린턴, 트럼프 어느 쪽도 상대 후보 지지층을 끌어오거나 부동층을 흡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동층 대부분은 2차 토론 이후에도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RCP 조사에 따르면 투표일인 다음달 8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부동층은 15%에 달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대선 구도가 여전히 박빙이어서 이 정도 규모의 부동층은 당선자를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와 클린턴이 ‘막장 토론’을 벌이면서 반사 이익을 ‘제3의 후보’가 가져가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WSJ는 네거티브에 지친 유권자 사이에서 “차라리 제3의 후보인 게리 존슨을 찍으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중 존슨은 전국 단위 지지율 6.5%를 얻고 있다. 경합지역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숫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존슨이 ‘존재감 있는 후보’라며 선거에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멕시코주지사 출신인 존슨은 이 지역에서 24%의 지지를 받고 있다. 1위 클린턴(35%)과의 격차는 11%포인트에 불과하다.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면 클린턴 쪽으로 분류된 뉴멕시코를 공화당이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 3차 토론회 대격돌 예고

전문가들은 열흘 뒤인 19일 열리는 마지막 제3차 TV토론회에서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 간 사활을 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클린턴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트럼프를 여성과 종교 차별주의자로 몰아붙이고, 세금 회피 등 전력을 부각하며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로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메일 스캔들과 고액 강연 등을 부각해 클린턴을 이중적인 인물로 몰아붙이면서 역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현재 판세는 클린턴에게 유리하지만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클린턴 파일’을 차례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대선판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