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남중국해 중재안' 거론 안할듯…"중국 외교 승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드러낸 데 이어 이번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달래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아세안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아세안 회의 성명에서는 남중국해 관련 국제상설재판소(PCA) 중재 내용이 빠질 것으로 보여 중국 외교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일 환구망(環球網)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지난 6일 오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했으며 중국·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정상회의, 한국·미국·중국 등 총 18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할 예정이다.

환구망은 이번 리 총리의 방문이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외교적 관계를 돈독히 하고 동아시아 국가와 협력을 증진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중국과 아세안이 공식 교류를 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라 중국은 별도로 아세안 정상들과 회의를 통해 아세안에 러브콜을 보낼 예정이다.

리 총리는 방문 기간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총리도 만나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의 협력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는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선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에 대해 캄보디아와 함께 중국의 편을 들어왔기 때문에 리커창 총리로서는 이번 라오스 방문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리커창 총리의 이번 라오스 방문과 아세안 정상회의가 주목을 받는 것은 남중국해 문제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7월 PCA가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에 패소 판결을 내린 뒤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PCA 판결을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서 중국의 매립 작업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봉황망(鳳凰網)은 태국 매체 등을 인용해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중재 판결이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과 아세안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서도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만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 안(案)은 "항행·비행의 자유"를 언급하는 내용은 반영했으나 PCA의 판결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고 7일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방콕포스트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 남중국해 중재 결정이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의 외교적 승리로 볼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중국의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고 봉황망은 전했다.

베트남 등은 지난달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배척한 PCA 판결을 성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친 중국 성향의 캄보디아 등이 반대해 반영되지 않았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