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가까이 계속된 민족 간 무력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시작된 미얀마 평화회의(21세기 팡롱)가 3일 폐막했다.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이 민족분쟁 해소를 위해 준비한 첫 대형 프로젝트인 이번 회의에는 20개 주요 소수민족 그룹 중 17개 소수민족 반군단체와 정당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정부와 휴전협정을 아직 맺지 않은 무장단체를 비롯, 전국적 평화협정이란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인사 대다수를 한 자리에 모으는 데 성공해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수치 자문역도 폐막 연설에서 "평화를 위한 힘든 길에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그는 "평화의 달성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이번은 첫 회의이고 앞으로 더 많은 회의가 있을 것이다.

각 회의 사이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의 기간 최대 무장단체 대표단이 철수하는 파행이 빚어졌으며 끝내 구체적인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수십 년간 군부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정부에 대한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분쟁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과 고문, 성범죄 등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정부군과 반군의 엇갈리는 주장은 합의도출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일부 반군 지역에서 생산되는 보석과 원목 등 천연자원 분배와 마약밀매 등 문제 해결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수치 자문역은 소수민족 자치권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는 분쟁 없는 연방국가를 구현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지만, 각자의 이해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얀마의 소수민족들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수치 자문역의 아버지이자 미얀마 건국영웅인 아웅산 장군은 1947년 소수 민족에게 자치권을 주는 조건으로 독립국 건설을 위한 협약(팡롱 협약)을 체결했지만 몇 개월 뒤 암살됐다.

이후 정권을 잡은 군부는 해당 협약을 무시했고, 미얀마 접경 지역에서는 이후 현재까지 민족간 무력분쟁이 이어져 왔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