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부재자투표 28일뒤부터 시작 속 '트럼프 비호감' 60% 달해
전문가 "트럼프 너무 상처입은 후보" 이민정책 강경→완화→강경 갈팡질팡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새롭게 개편된 대선캠프는 대선이 73일 남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틀렸다는 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관측이다.

이 매체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이미 시간이 다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진 탓에 정책과 발언에 뒤늦게 변화를 주더라도 유권자의 마음을 거의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전당대회 후 좀처럼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자 위기를 느낀 트럼프는 최근 캠프 총책에 보수성향의 언론인인 스티브 배넌과 선대본부장에 선거전문가인 켈리앤 콘웨이를 앉히는 등 캠프조직을 개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무슬림 전사자 가족 비하 발언 등의 후폭풍으로 라이벌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지자 나온 고육책이었다.

캠프가 새로 꾸려지면서 트럼프가 그의 대표공약인 강경한 이민정책을 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동시에 트럼프는 연일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에 대한 구애공세를 펼쳤다.

중년 이상 백인으로 한정된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변신'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판세를 뒤집을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나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는 각각 60%, 54%에 달한다.

클린턴에 대한 예기치 못한 폭로가 나오지 않는 한 유권자들이 이런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실제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24일 내놓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90% 이상이 지지후보를 결정했으며 앞으로 바꾸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대선 첫 사전 부재자투표는 미네소타 주에서 28일 뒤 시작된다.

그 직후 다른 32개 주에서도 열린다.

이 대학 여론조사연구소 팀 맬로이 부소장은 "트럼프의 실수와 잘못이 클린턴의 불안한 신뢰와 수상한 거래들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인사이더들도 견해가 비슷하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당시 재무부 부대변인을 했던 토니 플래토는 "신임 켈리앤 선대본부장은 선거에 능한 사람이지만 트럼프는 매우 상처를 입은 후보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변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유권자를 속여 더 나은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려는 것인데, 더 나은 도널드 트럼프는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대 이후 트럼프의 처신이 돌이키기 어려운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는 게 인사이더들의 판단이다.

지지기반을 넓히기는 커녕 무슬림 전사가 가족 비하 발언 등으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존 매케인의 2008년 대선캠프에 관여했던 공화당 전략인 스티브 슈미트는 "(전당대회 이후는) 철저히 타격을 받은 시기였다.

지지도와 대통령 적합도가 타격받았다"며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나쁜 뉴스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방어적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에 기회비용을 치렀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켈리앤 선대본부장조차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트럼프 방향전환 프로젝트를 '유조선의 선회'에 비유했다.

트럼프가 이민정책 완화를 시사했다가 불법 이민자 추방과 멕시코 장벽건설 입장을 고수한다며 도로 강경회귀하는 것도 그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