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브레인이 없다] 독일, 정치활동·선거지원 금지…영국은 연구 프로젝트로 재정 충당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시민단체가 지난 1월 발간한 ‘2015년 글로벌 싱크탱크 보고서’에는 세계 각국 정당 관련 연구소의 평가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 정당 관련 연구소 가운데 우수 연구소를 꼽았다. 벨기에와 독일이 6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정당 관련 연구소는 한 곳도 없었다.

유럽연합 의회와 관련이 있는 벨기에를 제외하면 독일 정당 연구소들이 싱크탱크 역할을 가장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의 6개 정당은 각각 정치재단을 설립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민주당이 1925년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연구소)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자유민주당(프리드리히 나우만·1958년), 기독민주당(콘라드 아데나워·1964년), 기독사회당(한스 자이델·1967년) 등이 줄줄이 문을 열었다.

독일 정당 관련 연구소는 정당 산하기구가 아니라 독립 구조로 만들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한국 정당 연구소와 같다. 하지만 독일은 이들 연구소가 직접적인 정치활동이나 관련 정당의 선거운동을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정당 연구소가 선거철이나 경선철마다 당내 여론조사 기관으로 둔갑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은 정당이 직접 소유한 연구소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설립된 연구소가 각 정당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진보정책연구소, 공화당은 국제공화당연구소와 각각 협력 관계다. 진보정책연구소는 1989년 뉴민주당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고,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승리하는 데 일조했다. 국가의 경쟁력, 생산경제, 에너지, 의료 혁신, 주택 및 재정 등이 주 연구 분야다. 1983년 세워진 국제공화당연구소는 존 매케인 등 공화당 인사들이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다.

영국에는 1993년 출범한 초당파적 독립 싱크탱크인 데모스가 있다. 기부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익원을 다원화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2014년에는 연간 수입 122억1456만파운드 가운데 70%를 연구 프로젝트로 충당했다. 1884년 설립된 파비언소사이어티는 노동당, 중앙정책연구소는 보수당과 협력 관계다.

호주는 그라탄연구소와 로이 국제정책연구소 등이 초당파적 싱크탱크로 활동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