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연설 수위 따라 '화학적 결합' 여부 판가름
샌더스 측근 "클린턴과 100% 같은 팀"…워런 '트럼프 때리기' 나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미국 민주당의 필라델피아 전당대회 첫날인 25일(현지시간) 경선 라이벌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지지연설에 나선다.

샌더스 의원이 이달 초 공식 지지를 선언하며 클린턴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아직도 샌더스 지지층의 표심이 고스란히 클린턴으로 향하진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샌더스 의원이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지지층의 표심을 이동시킬 만큼 감동적인 연설을 내놓을지에 미 정가의 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다.

클린턴 측은 '누수' 없이 샌더스 지지층을 넘겨받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터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 사건의 후폭풍으로 샌더스의 연설 수위를 누구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경선 당시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훼방하려는 의도가 담긴 DNC 핵심인사들의 이메일이 폭로되자 샌더스 지지층은 격분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한때 클린턴과 팀 케인 정·부통령 후보 지명 때 전당대회를 파행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앞서 경선 기간 내내 샌더스 캠프는 DNC의 편파적인 경선 관리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DNC 좌장인 데비 와서먼 슐츠 의장이 전당대회 직후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이메일 사태는 외견상 수습되는 모습이다.

샌더스도 지난 24일 성명에서 "슐츠 의장이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결정을 했다"며 자진사퇴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의장으로서 봉사한 것에 마땅히 감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민주당의 리더십은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항상 공정해야 한다"며 "그런데 2016년 레이스에서는 그러지 않았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클린턴 측은 샌더스 연설을 이날 밤 방송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에 배정했다.

경선 라이벌에게 경쟁을 넘어 화합하자는 제스처를 취했고, 샌더스는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샌더스의 연설이 지지자들에게 "경선 기간 있었던 클린턴 전 장관과의 갈등이 제대로 매듭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샌더스 캠프 매니저 제프 위버는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샌더스는 클린턴과 100% 같은 팀"이라며 "이제는 클린턴을 위해 단결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는 또한 진보진영의 아이콘이자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연사로 나서 주목받고 있다.

워런 의원은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수락연설에 대해 "내가 반세기 동안 봐 온 것 중 가장 끔찍하고 가장 분열적인 연설"이라고 꼬집으며 그를 '독재자'라고 몰아세웠다.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주>연합뉴스) 심인성 강영두 김세진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