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모범적인 현명한 대응"이라고 치켜세웠다.

WSJ는 26일(현지시간) '한국의 브렉시트 모범'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영 FTA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했다"며 "이는 아시아 내에서 한국의 교역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모범이 된다"고 평가했다.

WSJ는 한국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기침체와 국내 기업가정신 결핍 등으로 경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 EU, 중국 등과 체결한 FTA가 아니었으면 성장률은 더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협정이 국내 수출업체에 시장을 넓혀주고 투자 장벽을 낮춰줬으며 한국 IT 기업 등이 일본, 대만 등 주변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했다는 것이다.

WSJ는 동아시아 국가 중에 유일하게 한국이 EU와 체결한 FTA로 5년 만에 한국과 EU 회원국 간의 교역 규모가 14% 늘어나 지난해 1천50억 달러(123조 원)에 달했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통계를 소개했다.

또 한국은 영국에 있어 아시아 국가 가운데 세 번째, 전 세계에서는 13번째 수출시장이며, 2009년 이후 수출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한국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FTA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영국이 유럽 밖 주요 교역 상대국과 하루빨리 재협상을 할수록 다른 유럽 정상들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WSJ는 자국으로 초점을 돌려 "미국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해) 줄 맨 뒤에 가서 기다려야 할 것이라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위협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영국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 5대 로펌 중 하나인 프레시필즈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택할 수 있는 EU와의 교역 모델 여러 가지를 제시하면서 한국 모델을 추천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이날 보도했다.

프레시필즈는 영국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의 일원이 되는 노르웨이 모델, EFTA의 일원이면서 분야별로 여러 양자협정을 맺는 스위스 모델, 포괄적인 FTA 협정을 맺는 한국 모델, 관세동맹을 맺고 정책 영향력을 거의 갖지 못하는 터키 모델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프레시필즈는 "유연성을 갖고 단일시장에 접근하는 한국의 접근방식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