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심장’ 벨기에 브뤼셀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연쇄테러로 31명이 사망하고 261명이 중경상을 입은 가운데 벨기에 정부의 대(對)테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각국 정보기관에서는 ‘애들 같은 수준’이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브뤼셀은 EU의 수도로 28개 회원국 정상이 회의 등을 위해 매년 보름 가까이 머무는 곳이다.

23일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보기관 고위관계자는 “벨기에 보안당국이 애들 같다”며 “일 처리가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를 겪고도 교훈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벨기에는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추가 테러를 경고하고 미국 등 각국 정보기관이 수차례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벨기에 정보기관이 수년간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의회는 오히려 지난 1월 예산을 삭감했다”며 “선제대응 능력은커녕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보도했다.

브뤼셀에는 유럽의회와 유럽 집행위원회 등이 자리잡고 있어 크고 작은 국제회의가 매일 개최된다. 지난해만 해도 28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만 여덟 차례 열렸다. 올해도 비슷한 일정들이 잡혀 있다. EU 회원국이 벨기에의 취약한 테러대응 능력을 불안해하는 이유다. 무슬림 이민자가 많지만 사회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벨기에는 테러범이 활개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IS는 22일 브뤼셀 연쇄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으며 추가 범행을 예고했다.

벨기에 RTBF 방송은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 자폭 테러범은 브뤼셀에 거주하는 벨기에 국적 브라힘(30)과 칼리드(27) 엘바크라위 형제라고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라힘은 2010년 강도 짓을 하다 경찰에 총격을 가해 9년형을 선고받았고, 동생 칼리드도 5년형을 받은 적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벨기에 경찰은 한 용의자의 연고지인 스하르베이크 지역의 아파트에서 못이 포함된 폭발장치와 화학물질, IS의 깃발 등을 발견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