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 사이에 벤처캐피털펀드 설립 붐이 일고 있다. 대학연구소의 자체 기술이나 기업과의 공동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학 벤처 육성을 위한 자금 지원도 이유로 꼽힌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교토대는 지난 4일 160억엔(약 165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드를 설립했다. 운용 기간은 일반 펀드보다 긴 15년이다. 신약개발 등 바이오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도쿄대도 일본 정부가 대학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교부한 417억엔을 활용해 교토대와 맞먹는 수백억엔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립대인 도쿄이과대는 다음달 40억엔 규모의 펀드를 설립한다. 로봇과 에너지,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이 대학은 연간 5건 내외로 투자할 예정이다.

일본 대학 중 벤처캐피털펀드 설립을 선도하는 오사카대는 이미 125억엔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첫 사례로 3억엔을 유치한 마이크로파화학은 연내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유화제를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도호쿠대도 지난해 11월 에너지절약 성능이 우수한 특수합금을 생산하는 도호쿠마그네트인스티튜트에 출자했다. 12월 투자은행인 노무라홀딩스와 공동으로 벤처채피털을 설립한 게이오대는 올 상반기 첨단기술이나 지식재산권 보유 기업에 최대 30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작년 말 기준 일본 대학의 벤처캐피털펀드 규모는 1000억엔에 육박해 전년 대비 2.6배로 불어났다. 일본 정부는 작년 1월 발효된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도쿄대, 교토대, 오사카대, 도호쿠대 등에 총 1000억엔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들 대학은 이 자금을 활용해 펀드를 조성하고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주고 있다. 대학은 자체 보유한 기술평가 능력으로 우수한 첨단기업을 발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