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벌어진 대규모 흑인 시위로 한인 업소 2곳이 전소되고 5∼6군데가 설비 파괴 및 약탈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계송(65) 전(前) 세인트루이스 한인회장은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8월 시위 때 가장 큰 피해를 봤던 미용재료상 '뷰티타운'과 휴대폰가게 '메트로 피시스' 등 2곳의 건물이 완전히 불에 탔다"며 "이들 건물은 퍼거슨 경찰서에서 이어지는 대로(大路)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나머지 5∼6개 업소는 모두 미용재료상(뷰티서플라이)으로 이 가운데 1곳이 건물 일부에 화재 피해를 보았고, 다른 곳들은 시위대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내부를 훼손하고 상품을 약탈해간 상황"이라며 "당국이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업소 '뷰티타운' 소유주 김승연씨는 "대배심 결정이 나기 전 대규모 시위를 예상하고 판자로 유리창을 막고 문을 잠그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불을 지를 줄은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지난 24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퍼거슨 시 흑인 10대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후 퍼거슨 시에서 분노한 흑인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계송 회장은 "세인트루이스지역 토박이 흑인들보다 외지 원정 시위대가 과격 시위를 주도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퍼거슨 지역에 주방위군과 경찰이 추가로 투입되고 경계령이 강화되면서 시위가 산발적 형태로 변화했을 뿐 수그러들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 대상이 주로 미용재료상인 데 대해 "뷰티서플라이는 흑인 일상에 '월그린스'(의약품 위주의 미국내 1위 편의점) 같은 존재다.

미용재료 뿐 아니라 일상생활용품을 모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세인트루이스지역 한인 최희선(44)씨는 "퍼거슨 시까지는 고속도로로 20분 이상 떨어진 백인 촌에 산다.

그러나 대배심 발표가 나온 24일과 25일, 딸아이 학교의 학부모 컨퍼런스가 모두 취소됐고 쇼핑몰들도 일찍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흑인 시위대가 흑인 업소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주방위군이 추가로 투입됐다는 소식에 시위가 외부로 더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하며 다소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주리 주를 관할하는 시카고 총영사관 이재웅 부총영사는 "아직 시위가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한인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면서 "인명 피해가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