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7곳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도주 시위대도 사살"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14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온종일 전기와 물 공급을 차단한 채 무차별 사격을 가하며 유혈 진압에 나서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가 15일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광장에서 만난 이집트인 6명의 진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인은 전날 오전부터 12시간가량 라바광장을 봉쇄한 채 무력 진압을 시도해 시위대를 전원 해산했다.

라바광장 시위대의 강제 해산 작전은 당일 오전 7시께 시작됐다.

이때부터 라바 지역의 전기와 물이 끊겼고 휴대전화도 연결이 차단됐다.

무장 군인은 장갑차와 불도저를 앞세워 라바 광장 주변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와 모래주머니 더미를 제거했다.

군인과 경찰 병력은 광장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기 전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어 총성이 잇따라 들렸다.

라바광장에서 의료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온 이스마에 자키(36.의사)는 "군인이 어제 오전 광장으로 진입을 하려고 할 때 나를 막았다"며 "군인은 내가 광장에 들어가면 곧 사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인의 통제로 광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을 때 갑자기 총성이 들렸고 곧바로 뒤로 돌아서 피신했다"며 "같은 방향으로 내 뒤에서 도주하는 사람과 옆에서 달리던 사람 6~7명이 총탄에 맞고 잇따라 쓰러지는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주변 사람의 피가 튀어 옷이 전부 피로 물들었다는 그는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라바광장을 이날 다시 찾았다고 전했다.

라바 광장에서 만난 무함마드 마그딘(16)은 "군인이 광장을 모두 둘러싼 채 7곳의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을 해 왔다"며 "군인들이 사방에서 총탄과 산탄,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앞서 군경은 오전 6시께 기자지역 카이로대 앞 나흐다광장의 시위대 해산 작전을 전개해 2시간여 뒤인 오전 8시께 시위대 해산을 완료했다.

그러나 라바광장의 시위는 오후에도 지속했다.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수천 명에 달했고 저항도 거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경은 오전에 광장 내부로 진입을 곧바로 시도하지 않고 간간이 최루탄을 쏘며 자진 해산을 유도했고 병원 건물에도 총격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목격자라는 왈리드 아브살렘(42)은 "군인이 해산 작전을 펼칠 때 라바 모스크 바로 옆에 있는 3층짜리 병원에도 발포했다"며 "이후 병원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그 안에 있는 어린이와 환자도 숨져 인명피해가 컸다"고 했다.

실제 이 병원 건물 전체는 화염으로 전체가 소실됐으며 일부 가족은 "숨진 아들의 시신을 찾겠다"며 진입을 막은 군인과 실랑이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이집트인은 "친구의 10대 아들이 라바광장에서 숨졌는데 아직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부 시신은 화재에 따른 훼손이 너무 심해 식별이 어렵다고 한다"고 증언했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