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여당인 민주당으로부터 하원 다수당 자리를 빼앗으면 입법과 법 개정 등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중 안정권이 174명,우세 29명이며 민주당 후보는 안정권 150명,우세 40명이라고 분석했다.공화당이 다수당 자리(218석 이상)를 차지하려면 42개 경합지역에서 15석만 확보하면 된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이 231석을 얻어 다수당에 무난히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2006년 이후 4년 만에 다수당 자리를 내주게 된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이 52∼53석,공화당은 47석∼4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민주당이 다수당 자리인 50석 이상은 가까스로 지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선거 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통과시킨 규제가 많은 의료보험개혁법과 금융감독개혁법을 대폭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물론 개혁법 수정이나 폐기가 쉽지는 않다.공화당이 폐기안을 제출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공화당이 다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시하고 개혁법을 폐기하려면 하원과 상원에서 3분의 2 의석인 290표와 67표가 각각 필요하다.이번 선거의 의석 확보 전망대로라면 개혁법 폐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화당은 하원에서 개혁법 이행에 필요한 예산 지출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을 상당히 괴롭힐 수 있다.규제를 싫어하는 골드만삭스 등 월가 은행들과 보험사 등이 이를 반길 만하다.

노동계의 의회 영향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공화당은 비밀 투표 없이 종업원들 다수가 서명하면 고용주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야 하는 ‘카드 체크’ 제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조합원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노조가 기금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하원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민주당은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노조가 FTA에 반대하자 비준을 지연시켜왔다.반면 공화당은 한·미FTA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비준을 위해서는 한·미 통상장관이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미해결 쟁점인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타결지어야 한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화당의 통화정책 투명성 요구에 시달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공화당은 금융감독개혁법안 처리 과정에서 FRB의 통화정책을 의회가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화당이 과다한 정부 지출에 반대해온 터여서 오바마 행정부의 내년 예산안 처리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40년 만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한 공화당이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정부 지출이 중단되는 사태(government shutdown)가 발생한 적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