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초점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억제에 맞춰져 있다.ECB는 지난달 10일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로존(유로화사용 16개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은행들에게 기간예금을 예치토록 했다.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풀린 유동성만큼 다른 한편에서 흡수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ECB의 이런 입장과 달리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유럽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이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최근 물가지표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유로존 16개국의 지난 4월 핵심물가상승률은 0.7%로 전달의 0.8%에 비해 떨어졌다.스페인의 4월 핵심물가상승률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아일랜드 물가도 4월에 떨어졌다.유로존의 물가하락 압력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최근 재정위기로 가속화되는 모습이다.각국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긴축에 나설 경우 소비와 고용이 감소하고 성장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또한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애덤 포센 영국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은 지난달 한 포럼에서 “미국의 경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NYT는 199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ECB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미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물가와 소비가 곤두박질칠 때 꺼내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