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선 앞두고 '키르치네르 주의' 몰락 전조

2003~2007년 사이 연평균 8~9%대의 높은 성장을 이뤄내며 아르헨티나 경제의 부활을 이끌었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추락했다.

27일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아르헨티나 여론조사기관 매니지먼트&피트(Management&Fit)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3%를 기록해 2003년 이후 이어져 온 '키르치네르 주의'가 급속도로 빛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는 2011년 10월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오늘 대선이 실시된다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을 놓고 실시됐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남편이라는 사실과,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이번 지지율은 2011년 대선 결과를 미리 짐작게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대선까지는 앞으로도 2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있고, 대선 판도를 좌우할 변수들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나타나는 모습은 '키르치네르 주의'의 몰락 가능성을 점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집권 시절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03년 55%, 2004년 65%, 2005년 70%, 2006년 63%, 2007년 52%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7년 12월 남편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 60%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20%대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키르치네르 주의'에 대한 지지율은 성장률 추이와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3년 8.8%, 2004년 9%, 2005년 9.2%, 2006년 8.6%, 2007년 8.6% 등 고도성장을 계속해 왔으나 2008년 7%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 성장률은 4%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0'에 머물거나 최악의 경우 -2~-1%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달 말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당의 참패로 나타났으며, 정치권에서는 총선 패배 후 실시된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과거 사례를 들어 2011년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983년 민주주의 회복 이후 "집권당 총선 패배는 곧 대선 패배"라는 공식이 이어져 왔다.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1983~1989년 집권)과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2기 정부(1995~1999년)가 총선 패배에 이어 대선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야권에서는 훌리오 코보스 부통령(상원의장 겸임)이 25.6%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코보스 부통령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이달 초 2011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차기를 향한 행보를 시작했다.

코보스 부통령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해 3월부터 추진해온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안을 상원 표결을 통해 부결시키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한 인물이다.

코보스 부통령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내각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며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