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장소 카이로大, 기말시험 연기

오는 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카이로 방문을 앞두고 이집트가 초특급 경호작전에 들어갔다고 일간 데일리 뉴스 이집트가 2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이집트에 도착, 카이로 북부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집트의 명문 카이로대로 이동, 15억 인구의 이슬람권을 향해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집트 보안당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동 경로 곳곳에 경찰을 배치하고 반미 시위를 예방하기 위해 대학생 수백 명을 연행하는 조치를 취했다.

보안당국의 한 관리는 "우리가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상 최대의 보안작전이 진행되고 있다"며 "두 대통령의 이동로나 행선지는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미국과 이집트 보안기관원들이 이동로 중 어느 한 곳도 허술하게 내버려두는 곳이 없다"며 "행사장 주변 건물의 모든 지붕에도 기관원들이 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장소인 카이로대에는 이미 이집트 대통령궁의 경호실이 캠퍼스를 접수하고 보안점검에 들어갔으며, 대학 측은 연설 당일에 예정된 기말시험도 연기했다.

이집트 당국은 또 수니파 이슬람의 최고 종교기관인 아즈하르대 재학생과 외국의 유학생 수백 명을 연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주 카이로에서 영국, 덴마크, 프랑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학생들과 함께 러시아인 유학생 30명이 이집트 당국에 체포됐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당국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이슬람주의자들이 테러공격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2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붐비는 카이로의 알-칼릴리 상가에서 폭탄테러로 프랑스 여학생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으며, 시나이 반도의 홍해 휴양지에서도 2004∼2006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테러공격을 벌여 모두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가 잇따라 벌어졌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