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9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 자본을 확충해야 할 은행은 10개 정도인 것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덩치가 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과 주요 지방 은행 가운데 워런 버핏이 최대주주인 웰스파고가 그 대상으로 떠올라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들 3개 은행의 자본확충 규모는 수백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웰스파고의 경우 유형보통주 자본(TCE) 비율이 지난 3월 말 현재 3.28%로 시장에서 양호하다고 보는 5% 수준보다 낮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당초 자본확충이 필요한 은행이 14개인 것으로 판단했으나 며칠 새 10개로 줄었다고 전했다.
美 19개 대형 은행 중 10곳 자본확충 필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7일(현지시간) 증시가 끝난 뒤 발표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미 재부무와 FRB,19개 은행은 테스트 잠정 결과치를 놓고 협의를 계속한다.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판정된 은행은 6개월 내 민간자본을 유치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구제금융을 받고 정부에 발행해준 우선주를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다시 지원받아야 한다. 지난해 미 정부는 BOA와 씨티에 각각 450억달러,웰스파고에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한 바 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남아있는 구제금융 1096억달러를 투입하지 않아도 자본력이 부실한 은행들이 자구안을 충분히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분명 자본이 필요한 은행들이 있을 것이나 정부가 의회에 이들을 위해 추가 구제금융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미 은행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BOA와 씨티그룹은 각각 100억달러 이상의 자본확충을 추진 중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그동안 시장의 오해를 우려,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은행은 절대 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정부가 주요 및 지배주주가 되는 국유화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 CNBC방송은 "은행 대마불사 문제가 다음 이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美 19개 대형 은행 중 10곳 자본확충 필요
미 정부는 이번 테스트 결과를 공개한 뒤 바로 규모가 큰 20~30개 지방 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테스트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소재 리서치기관인 '하우 반스 호퍼 앤드 아넷'의 제프 데이비스 소장은 "'2군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비공개로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방 은행의 경우 통상적인 재무 건전성 테스트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이라면서도 "몇몇 은행들은 테스트에 대비해 컨설턴트를 고용한 상태"라고 밝혔다. 19개 은행은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이 대상이었다.

한편 미 재무부,FRB,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의회가 파산 처리 대상 은행의 규모를 상향 조정해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 은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의회에 서한을 보내 파산 은행에 소요되는 연방 보증 규모가 3억달러나 그 이상일 경우 당국이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현재는 2500만달러나 그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서한에 따르면 미국 내 은행 파산은 2005년과 2006년에 한 건도 없었으나 2007년 3건,지난해 25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지난 1분기에만 32건에 달했다. FRB와 FDIC 등 감독당국으로선 파산 은행 처리업무에 일손이 크게 달릴 수밖에 없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