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브레이크 없는 악화의 길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아직 변수가 많아 섣부른 판단을 하긴 이르지만 "중국 경제에 봄 기운이 들기 시작했다"(원자바오 총리)는 말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26일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을 통해 "중국의 급격한 경기 하강은 정부지출과 경기부양책을 통해 '기본적으로'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 세계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글로벌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현장 경기의 바로미터인 부동산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2월 30개 주요 도시의 주택거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 증가했다.

베이징 부동산거래관리망에 따르면 3월 들어서도 15일까지 신규 주택 거래 건수는 6938건으로 2월보다 100% 이상 늘어났다. 상하이도 같은 기간 거래가 전달보다 47% 증가했다. 부동산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던 선전 역시 1~2월 기존 주택 거래면적이 35만9300㎡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6.3% 늘었다.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베이징에서 신규 주택을 분양하는 완커 등 10여개 중국 주택업체들은 이달 들어 평균 10%가량 분양가를 올렸다. 베이징 창영부동산 이민숙 사장은 "유동성이 풀리면서 일시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올라가는 측면이 있지만 주택경기가 바닥권에 접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도 급증했다. 작년 12월 11.6%(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던 자동차 판매는 지난 2월 24.7% 증가로 급반전했다. 판강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자동차 판매 증가는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1600㏄ 이하급 자동차를 살 경우 취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내수진작 정책을 시행 중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의 오름폭이 커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1.0%로,작년 12월(5.6%)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농민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살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필사적인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이 같은 봄 기운에 힘입어 상하이 증시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300을 넘나들며 올초보다 24%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낙관론을 펴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26일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복잡한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7.5%에서 6.5%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비관론자들은 소비와 수출이 모두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수출은 5개월째 감소세다. 지난달에는 -25.7%로 최근 10년간 감소율이 가장 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