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권에 주택시장에 이어 '자동차업계발(發)'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금융위기가 촉발된 데 이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도산위기에 직면한 '빅3'가 금융권의 잠재부실을 촉발할 진원지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들의 금융권 채무와 채권발행 규모가 1천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월가가 이중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빅3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도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의회를 압박하면서 지원을 호소했지만, 의회는 다음 달 2일까지 실현가능성 있는 자구책을 제출하라며 이들을 되돌려보낸 상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자동차 부품공급업체와 딜러뿐 아니라 자동차 업체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에 대해서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금융주들의 주가가 금융위기 발발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이런 자동차 업계와 금융회사들의 복잡한 연결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금융회사들은 자동차 업체에 대한 여신규모가 비교적 작은 수준인데다 자동차 등의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어 손실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문제는 그들이 정확한 여신규모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체의 운명과 연관된 금융권 최대 규모의 걱정거리는 바로 지난해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의 크라이슬러 인수 때 사용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다.

또 지난 3년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JP모건 스탠리 등 대형은행들은 '빅3'가 560억달러 규모의 신규 채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들 채권의 상당수는 보험사나 연기금, 헤지펀드 등이 사들였으며 이들은 최근 투자손실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 구매자에 대한 자동차 구매대출이나 리스를 위해 '빅3'의 자회사에 지원된 470억달러 규모의 대출까지 합치면 자동차 회사의 재정난으로 인해 금융권이 떠안게 될 부실규모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디트로이트의 GM 공장에 달려 있는 시계들이 점점 틀린 시간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이는 시계 건전지를 교체하거나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해제로 인한 시간조절에 필요한 비용마저도 아끼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필사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소개했다.

신문은 또 자동차 업계가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자동차 판매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면서 일부 자동차 딜러들이나 의원들은 판매촉진을 위한 세금감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