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크렘린궁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할 때만 해도 러시아 경제를 둘러싼 우울한 전망이 적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과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이고,두 파워 엘리트 간 갈등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푸틴 총리의 양두(兩頭)체제는 출범 2주일 동안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일단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우선 러시아 증시의 RTS지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뒀던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RTS지수는 20일 2453.12로 이달 들어서만 13.4%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RTS지수의 1년 목표지수를 현 수준보다 12% 높은 2750선으로 제시하며 향후 20%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증시 호조는 무엇보다 메드베데프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따라 정치 및 경제 안정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2일 개각에서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과 엘비라 나비울리나 경제개발통상장관,드미트리 코자크 지역개발장관 등 경제 관련부서 장관들이 대거 유임됨으로써 푸틴이 대통령 시절 추진한 '2020 푸틴 플랜' 등 각종 사업들이 연속성을 띨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푸틴 총리가 지난주 의회 연설에서 광물채굴세 감세와 신규 유전 개발에 7년간 면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러시아 정치평론가 보리스 마카렌코는 "새 정부의 초기 안정을 위해서라도 메드베데프와 푸틴은 섣불리 권력 다툼을 벌이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도 거의 일치하고 있어 정책 수행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주요 수출 품목인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상승도 경제를 살찌우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출 비중은 각각 전체 수출의 30%,11%에 달한다.

올 1분기 무역흑자는 536억달러로 전년 동기(335억달러)보다 37% 증가했다.

외환보유액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 9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총 5368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약 11% 늘어났다.

현재 230억달러 규모인 러시아 국부펀드도 덩치를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영자 일간지 러시아투데이는 지난 17일 러시아 재무부가 국부펀드 투자금액을 현재보다 10% 늘려 아시아와 중동 등 해외 기업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호조에 따라 루블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20일 미 달러에 대한 루블화 가치는 0.3% 오른 달러당 23.69루블에 마감됐다.

루블화 가치는 최근 1년 새 8.5% 뛰었다.

하지만 높은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러시아 경제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4.2% 상승하며 지난해 3월 이후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