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 핵문제 해결에 올인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에 병원용 발전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재무부는 마카오 당국에 방코델타아시아(BDA)에 18개월간 묶여있는 북한 돈을 전액 해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잇따른 유화적인 제스처에 북한은 "연락사무소 설치를 희망한다"며 즉각 화답했다.

북·미 수교 협상이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북 자금 불법여부 언급 없어

미국 재무부 스튜어트 레비 차관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무역금융 창구였던 마카오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공식 지정하고 미 금융계와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은행이 당초 조사를 받았던 이유는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을 도왔다는 혐의 때문이었으나 핵심 쟁점이었던 북한 자금의 불법성 여부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동결된 북한 자금의 처리도 "마카오 당국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손을 떼는 모습이다.

마카오 금융 당국이 조만간 미국의 묵인하에 북한 자금 2400만달러와 이자를 전액 풀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BDA은행 청산·매각 임박

BDA에 대한 재무부의 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미국의 의지로 해석된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재무부 발표 후 "BDA가 6자회담에 방해물이 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대신 BDA은행은 청산 또는 매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 정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한 우크라이나,리투아니아,미얀마 등의 8개 은행이 모두 도산하거나 통폐합됐다.


중국 정부는 6자 회담을 위해 "전면 협조·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BDA가 희생되는 것을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북·미 수교 급물살 예고

북한은 미국의 전향적 태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6개국 간 에너지·경제 협력 실무 회의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유엔 대표부 공사는 출발 전 뉴욕에서 "미국이 BDA 자금동결 문제를 마카오와 중국 당국으로 넘긴 것을 약속 이행으로 간주하고 신뢰한다"고 밝혔다.

또 "북·미 간 정식 수교 이전에 외교적 1단계로 연락사무소 개설을 희망한다"며 앞서 나갔다.

미국과 리비아가 2004년 연락사무소 개설 후 2년 만에 테러 지원국 해제를 거쳐 수교까지 한 전례를 감안할 때 북·미 간 관계 정상화도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