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왜곡과 영토 분쟁으로 촉발된 중국인의 반일시위가 16,17일 양일간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면서 과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9,10일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 선전(深천) 등지에서 거세게 일었던 반일시위는 16일 경제중심지 상하이(上海)와 항저우(杭州) ,톈진(天津) 등으로 번진데 이어 17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선전, 광시ㆍ좡주(廣西壯族)자치구 난닝(南寧)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일본의 군국주의 과거사 비난과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시위는 17일 홍콩에서도 1만2천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의 참가 속에 벌어졌다. 중국에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3주째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지난 1999년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에 대한 대미 항의시위 이후 최대 규모이다. 특히 일본 기업과 일본인이 가장 많이 진출한 상하이에서 10만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시위가 발생, 일본에 충격을 줬고, 선전에서는 반일시위가 노동자 파업으로 확산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시위가 거셌던 베이징에서는 17일 오전까지 시위가 발생하지 않았다. 공안이 사전 허가없는 옥외 집회를 의법 조치하겠다고 경고하자 주최측들이 인터넷으로 집회 취소를 알렸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는 경찰 병력 5천여명이 톈안먼(天安門)광장 등 요소요소와 일본 대사관에 집중 배치돼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한편 신원미상의 일본인 남자가 17일 새벽 오사카(大阪)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유리병을 던진후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17일 시위 상황 = 선양, 선전, 둥관(東莞), 청두, 홍콩,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산시(陝西)성 고도 시안(西安) 등 전국에서 발생했다. 일본이 2차대전 때 만들었던 만주국 수도였던 선양에는 이날 2천여명의 시위대가 오전 9시께 시내 중심지에 집결한 후 일본 총영사관으로 행진을 했다. 시위대는 일본 총영사관을 겹겹으로 둘러싼 경찰의 저지를 받자 이중 200여명은 돌과 페인트 병, 댤갈 등을 총영사관 건물에 던졌다. 홍콩 학생과 시민 1만2천여명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서 재야단체인 바오댜오(保釣)행동위원회와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반일 집회를 갖고 중환(中環) 정부총부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이들은 홍콩섬 시내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일본 소고백화점 앞을 통과했지만 별다른 폭력사태는 없었으며 홍콩 주재 일본 총영사관이 휴무로 진입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해 정부총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가두시위 도중 일본 자위대 군기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모의인형에 대한 화형식을 거행하는 한편 정부총부에 도착해 중국 영토 보전 등을 요구하는 청원서도 전달했다. 홍콩에 인접한 선전과 둥관에서도 각각 3만여명과 1천500여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며 일본상품 불매 구호를 외쳤고, 선전 시내 일부 식당들이 반일시위에 호응해 "일본 손님 사절"이라는 고지문을 내걸기도 했다. 특히 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선전시 학생과 시민 3만여명은 이날 밤늦게까지 폭력적으로 반일 가두시위를 벌였다. 선전 학생과 시민들은 선전시체육관 앞에서 반일 집회를 갖고 일본 저스코백화점까지 가두행진을 갖고 백화점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선전시체육관 앞으로 다시 돌아와 일장기 화형식을 거행했으며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 일부 시위자들이 머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위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다시 일본 저스코백화점 앞으로 몰려갔으며 일부 시위대는 저스코백화점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광저우, 주하이(珠海), 난닝시 학생과 시민 수백명도 경찰의 저지망을 뚫고 반일집회와 가두시위를 감행했다. 샤먼과 시안에서도 반일 활동이 전개됐고, 청두와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도 반일 시위가 예정됐으나 발생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16일 시위 상황 = 상하이에서는 5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일본총영사관을 에워싼 채 돌을 던졌으며 일본 상점과 일제 자동차를 공격하는 폭력 양상으로 전개됐다. 황푸(黃浦)강 서쪽인 와이탄(外灘)과 시내 중심인 인민광장 등 2곳에서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상하이의 반일집회는 시위대가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합류하면서 격화됐다. 시위대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며 보도블록을 깨 던졌고 이로 인해 일본총영사관 건물이 페인트로 얼룩지고 유리창이 깨졌다. 당초 수백명으로 시작된 상하이 시위는 일본총영사관에 도착할 즈음 5만여명으로 불어났으며 거리행진 인원까지 감안하면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해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항저우에서는 시민 약 1만명이 시내 중심가인 황룽(黃龍)스포츠센터앞 광장에서 반일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톈진(天津)에서도 시민 2천여명이 일본제품 불매와 댜오위다오(釣魚島) 보호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일시위를 벌이는 등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자 파업으로 확산 = 선전시 인근 둥관시 일본 태양유전(太陽誘電) 노동자 수천명이 16일 일장기를 불태우면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공장 인근지역 주민들은 "노동자들이 16일 오전 9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으나 일부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동하자 일장기를 불태우고 공장 유리창 등을 파괴하며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베이징ㆍ홍콩ㆍ상하이=연합뉴스) 조성대ㆍ권영석ㆍ이우탁 특파원 = sdcho@yna.co.kr yskwon@yna.co.kr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