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對)이스라엘폭탄 테러에 대응해 이스라엘 내각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축출키로 결정, 중동 평화이행을 위한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이 또다시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에 대해 반대 의사를 천명하고 나선 가운데 바레인이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이슬람 무장단체인 지하드도이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일촉 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긴급 안보내각 회의를 열어 지난9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저지른 2건의 자살 폭탄테러에맞서 아라파트 수반을 `원칙적으로' 축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며칠 간 발생한 사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화해를 위한 모든 시도에 있어 아라파트가 절대적인 장애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추후 결정될 시기와 방식에 따라 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미국 등의 반대를 의식한 듯 아라파트 축출을 위한 시기와과 방식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즉각적인 행동을 유보한 채 아흐메드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 지명자에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단속할 기회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아라파트 수반은 "누구도 나를 쫓아낼 수는 없다"면서 즉각 반발하고나섰다. 20개월 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 내에 연금돼온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들이 폭탄으로 나를 죽일 수도 있지만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쿠레이 지명자도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입장을 바꾸지 않고 팔레스타인에 대한무력 사용 원칙을 고수한다면 팔레스타인 내각 구성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아라파트 수반이 문제가 있지만 그의 축출이 문제의 해결책은아니라며 이스라엘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라파트의 축출은 그에게 투쟁을 전개할또 다른 무대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스라엘도 우리의 이 같은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도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그의 대변인이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결정이 알려지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청사 앞에는 아라파트 수반의 지지자 수천명이 몰려들어 지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아라파트의 사진을 든 채 "우리는 당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가자시티 중심가에서도 5천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복수, 복수", "샤론은 지옥에나 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도 "아라파트의 축출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만일 아라파트가 축출되면 이 지역은 폭력의 악순환이계속될 것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리 지도자와 우리의 권리를 지킬 준비가 돼있다"고 경고했다. 바레인은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이 평화 정착을 위한 로드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아랍연맹과 접촉해 이스라엘의 위협에 대한 아랍권의 공동 입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아라파트 수반을 축출할 경우 테러를 포함, 심각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루살렘.워싱턴.브뤼셀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