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자금 마련 행사장. 미국 대형 식품체인점인 세이프웨이의 시티븐 버드 회장은 식품점 납품업자들을 대거 동원,10개 테이블을 채웠다. 세이프웨이에 납품하는 딸기재배업자,치즈회사 사장,아이스크림회사 사장 등 버드 회장이 초대한 이들이 낸 돈은 선거법에 규정된 개인 최고 기부한도인 1인당 2천달러. 버드 회장은 2천달러 짜리 기부자들로 10개 테이블을 채워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정치 고문 등과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재선 운동에 공식 돌입한 부시 대통령은 선거자금을 확보하는 데 있어 버드 회장과 같은 대기업 CEO(최고경영자),투자은행가,벤처캐피털 회사 사장 등 이른바 돈많은 기업가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개정된 미국의 정치자금법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정당에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내는 이른바 '소프트 머니'를 금지한 대신 개인들이 낼 수 있는 한도(하드 머니)를 1천달러에서 2천달러로 높였기 때문이다. 기업가들도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이 시행하고 있는 세금감면과 규제완화의 혜택을 많이 보고 있어 부시 지원에 적극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최소 10만달러를 모을 수 있는 재정 후원자들을 '파이어니어'로 지정,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번 대선에선 그 두배인 20만달러를 모을 수 있는 후원자들로 '레인저' 팀을 구성했다. 부시 대통령이 한때 구단주였던 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부시 대통령이 정부 정책의 수혜자인 기업가 덕에 선거자금 모금액에서 민주당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