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진출한 카를로스 사울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13일 밤(이하 현지시간)후보직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아르헨티나 크로니카 TV가 보도했다. 그동안 메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1차 투표 이후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도후보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나 상당히큰 지지율 차로 메넴의 후보 사퇴설이 연일 언론에서 크게 보도돼 왔다. 메넴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러닝 메이트인 후안 카를로스 로메로 및 보좌관들과 회담을 갖기로 했다며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등 의도적으로 언론을 피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 모종의 중대한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메넴과 가까운 소식통들은 AFP 통신과 회견에서 현재 메넴 후보가 결선투표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곧바로 비행기편으로 자신의 고향인 라 리오하주(州)로 돌아가 이같은 그의 결정을 13일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메넴 선거캠프측 관계자는 메넴 후보가 자신의 가까운 지지자들로부터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일하고 있다"면서 "아무것도 실제로 이뤄진 것이 없이 소문만 무성하다"고 말했다. 메넴과 맞서는 네스토로 키츠너 후보를 미는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디오 방송과 회견에서 메넴이 결선투표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촉구했다. 두알데 대통령은 "이번 결선투표 절차를 충실히 이행할 역사적인 의무가있다"면서 "이 절차를 막는 것은 역사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산타 크루스 주지사 출신의 키츠너 후보는 메넴 후보에 비해최소한 30-40% 포인트의 큰 격차로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결선투표에서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메넴 후보가 사퇴한다면 18명이 출마한 1차투표에서 메넴후보가24%로 1위를 하고, 반면 키츠너 후보는 22%로 2위를 한 기록만 일반 국민의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호세 가르시아 아밀톤 씨는 메넴 후보가 사퇴한다면키츠너 후보는 "약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는 결선투표를 통해 압도적으로 승리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자신의 정부에 대한 정당성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일 두알데 대통령은 메넴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임을시사했다. 그는 국영 TV방송 회견에서 "복싱에서와 마찬가지로, 메넴 후보는 경기포기를 위해 수건을 던져 기권하거나, KO패를 당하는 선택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 산 마르틴에서 예정된 유세집회가 취소되는 등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에서 메넴 선거캠프측의 유세 집회가 속속 취소되고 있다. 메넴 후보에 가까운 소식통들은 아르헨 관영 텔람 통신과 회견에서 "메넴은 이번 결선투표에서 자신과 두알데 대통령 지지자들간의 대립 등 국가적 비용을 내는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메넴은 평화로운 국가를 원한다"고 메넴의 사퇴를 간접 시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키츠너 후보는 "카를로스 메넴 후보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능력이 있다"고만 말했다. 이번 아르헨 대선의 역설은 메넴 후보가 18명의 후보가 난립한 1차 투표에서 1등을 차지했지만, 2차 투표에서는 2주전 기록한 24%의 득표율에서 더는 이를 크게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1989-99년 대통령을 지내면서 메넴 후보가 실시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2001년 말 디폴트(대외 채무불이행) 사태를 가져왔다고지적하는 세력들이 많다. 이 정도로 반대세력이 많은 메넴 후보에 비해, 산타 크루스라는 남쪽 외진 곳에위치한 지역에서 주지사만 지낸 올해 53세의 키츠너 후보는 중앙 정계에서 인지도도낮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적 반대세력도 적다는 점이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쪽으로 2천500㎞ 떨어진 산타 크루스주는 여기서 방목하는 양떼 수가 사람 수보다 10배나 많다는 공식 통계에서 증명되듯이 인구 20 만명의 작은 지역에 불과하다. `중세의 군주'격으로 올해로 12년째 이 지역의 주지사를 지내고 있는 키츠너 후보는 풍부한 석유자원 수입으로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의료혜택도 늘림으로써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