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2주 째에 들어선 가운데 독일에서대규모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또 작가,예술가들의 반전운동 참여가 활발해지고미국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속에서 한 의사는 전쟁지지국 출신 환자진료를 하지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반미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 북부 렌츠부르크시의 피부과 의사 에버하르트 호프만(61)은 28일 병원 문에 "미국인과 영국인, 그리고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에 대해 진료 사절"이라는 안내문을 내붙였다. 호프만 씨는 자신의 병원에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방문할 일이 거의없지만 진료거부 고지는 이라크 침공이라는 범죄행위에 항의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설명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함부르크의 10개 식당 주인들은 지난 주 차림표에서 코카콜라를 비롯한 미국산식품이나 담배 등을 없애기로 했다. 또 일부 단체들은 코카콜라,맥도날드 같은 미국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 불매운동에 대한 호응자나 미국인을 거부하는 사례는 소수여서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등의 매출엔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고 독일언론은 지적했다.무역협회는 독일인의 미국상품 불매운동은 부메랑이 될수 있다면서 양국 수출입규모에 비춰볼 때 독일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독일에서 판매중인코카콜라는 독일인 종업원을 고용한 현지법인에서 제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려운경제에 주름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시민과 운동단체들은 미국인 자체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으로 이어지는것을 우려하면서 미국 정부의 이라크 침략행위에 대한 반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80%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반대하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의 반전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전역에선 28일 수만 명의 중고교 및 대학생들이 반전시위를 벌였다. 독일작가협회 회원들은 이라크전과 작가.문학의 관계를 토론하기에 앞서 1분 간의 침묵시위를 했다. 베를리너 앙상블 단원들은 최근들어 연주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에게평화를 상징하는 작은 깃발을 흔들고 있다. 주말인 29일에는 베를린에서 최소 10만 명을 포함, 독일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반전시위가 다시 벌어질 예정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베를린 시내 미 대사관 인근에, 시민들이 의견을 적어넣을 수 있는 100m 길이의 대자보판을 세웠다. 프랑크푸르트시 등 미군 기지들이 있는 지역에서도 다양한 반전집회가 예정돼있다. 특히 서부의 뮌스터시와 오스나부르크에선 4만 여 명이 참가해 50km에 걸쳐인간사슬을 만들 계획이다. 오스나부르크는 1618년부터 일어난 피비린내 나는 `30년전쟁'의 종식 서명이 이뤄진 곳이다. 한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한국인들도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교민 인터넷 웹사이트 `베를린 리포트'와 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한국학생들도 그동안 반전시위에 참여해왔으나 이라크전이 진행되면서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 일부지역에선 집회가 끝난 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에 대비해 한반도 상황을 독일 사회에 정확히 알리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토론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