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 파르세펠츠.시내 곳곳엔 태극기와 함께 '한국을 사랑한다'는 문구가 한국어로 적혀 있다.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월드컵기간중 조성된 '한국붐'이 여전한 분위기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보면 이같은 좋은 분위기가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부분의 배낭 여행객들이 사전 정보도 없이 방문하는 바람에 현지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인구 6천5백명의 파르세펠츠에는 호텔이 없다.


늦은 오후 암스테르담 공항에 내린 여행객들은 무조건 '히딩크 타운'행 열차표를 끊어 3시간 거리의 이곳에 온다.


현지에 도착해서야 사정을 안 뒤 숙소를 찾아 큰 도시로 옮기려 해도 저녁 7시 이후에는 열차가 없다.


도착 직후라도 시청에 연락하면 값싸고 시설 좋은 민박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우리 여행객들은 무작정 거리를 헤맨다.


초저녁 숙소를 못찾고 방황하는 배낭객을 민박집으로 안내하느라 시청직원들은 근무시간이 끝나도 마음 놓고 퇴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행사 투어상품도 문제다.


단체 관광객들이 파르세펠츠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작 한두시간 정도.히딩크 생가와 부모집 앞에서 기념사진 찍고,시내 광장 한바퀴 둘러보고는 훌쩍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난 6월 한달내내 한국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한 이들로서는 한국 관광객들의 태도가 섭섭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파르세펠츠에는 파리의 에펠탑이나,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 같은 세계적 관광명소가 없다.


하지만 이곳은 아름다운 호수와 풍차마을로 유명하다.


더욱이 여행 목적이 '히딩크의 나라를 배우고 알자'는 것이라면 농가 방문이나,민박을 통해 네덜란드인의 근면·친절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 여행사의 '빨리빨리 사진찍기'투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한 주민은 "파르세펠츠에서 보다 암스테르담 등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며 달려오는 붉은악마 티셔츠 차림의 이들이 파르세펠츠 주민들의 한국사랑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파르세펠츠(네덜란드)=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