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유력 불어 일간지 `르 탕'은 15일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에 열린 북한 `아리랑 축전'에 참석한 미하엘 와일러특파원의 방북기를 보도했다. 와일러 특파원은 19세인 자신의 아들과 함께 6월23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출발해 평양, 개성, 원산 등 북한 주요 도시를 1주일에 걸쳐 차례로 방문한 소감을 일기형식으로 정리했다. 와일러 특파원은 개성 방문 이틀째인 6월27일 오전6시께 확성기를 통해 터져 나오는 선전구호 소리에 잠을 깨 안내원의 동행없이 숙소를 나와 거리를 구경하던 중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북한 주민이 등뒤에서 접근,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했다고 전했다. 올해 47세로 구(舊)동독에서 의학을 공부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북한 주민은독일어로 지도층들은 풍요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반해 수많은 아이들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다고 부인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교화소에서 1년을 보내고 최근 출소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이어 "북한에서 듣는 어떤 것도 믿어서는 안된다"며 "나는 젊은이와노인을 가릴 것없이 우리 주민들이 풀뿌리나 씨앗등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땅바닥을뒤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전력 및 급수난, 무방비 상태의 병원 등에 관해 언급했다고 와일러 특파원은 전했다. 그는 특히 평양에 한번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서 "평양은 전시를 위한 세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신이 그곳에서 보는 것중 어떤 것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뒤 대화를 중단하고 사라졌다고 와일러 특파원은 덧붙였다. 와일러 특파원은 이 북한 주민과의 대화는 2분 이상을 넘지 못했으며 뒤를 돌아보지 말고 정면을 응시한 채 길을 걸으면서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얼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김일성 주석의 대형 동상을 담은 사진과 함께 와일러 특파원의 방북기를 3면 전체에 할애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