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가입과 독일과의 해묵은 분쟁, 신임 대통령 선출 등 중대 현안들을 매듭지을 체코 공화국의 의회 선거가 14일 실시된다. 이날 하오 2시(한국시간 15일 오전1시)부터 다음날 하오 2시까지 이틀간에 걸쳐모두 14시간동안 실시되는 체코 총선은 820만명의 유권자가 임기 4년의 하원의원 200명을 선출하는 것으로 28개 정당 및 연합세력이 6천명 이상의 후보를 내고 있다. 이번 총선은 어느 정당도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여 선거후 각 정당간에 진행될 흥정에 따라 정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블라디미르 슈피들라 부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CSSD)이 여론조사에서 28%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우파인 바츠라프 클라우스 전 총리가 이끄는 시민민주당(ODS)이 24%, 중도연합세력인 기독교민주당과 자유연맹이 16%, 공산당이 12%의 지지율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밀로스 제만 총리는 연임을 위한 출마를 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그가 사민당의 대통령 후보를 노리고 있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한편 정당 지도자들은 내년 1월 임기 만료되는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후임으로 누구를 선출할 것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으나 EU 가입 문제에 관해서는 비교적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집권 사회민주당은 EU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중부 유럽의 마거릿 대처'로 불릴 정도의 자유시장 신봉자인 바츨라프 클라우스 당수는 현 정부가EU가입의 조건을 협상하는데 너무 유화적이라면서 체코가 가입할 경우 EU가 2차대전후 300만명의 독일인을 추방시킨 법적 근거가 된 1945년 포고령을 문제삼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국들의 승인을 받은 1945년 포고령은 나치의 체코 점령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독일계 주민들을 `체코스로바키아의 적'으로 규정, 이에 따라 독일계주민 300만명이 추방됐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헝가리는 이 포고령을 무효화하라는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느나 체코 주민들은 이 포고령이 무효화될 경우 추방자들과 후손들이 배상권 주장을강화하고 나설 것으로 우려, 이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한편 클라우스 전총리와는 정반대의 정치노선을 걷고 있는 하벨 대통령은 지난12일 연설을 통해 체코 국민에게 "다당주의와 체코의 유럽 통합을 위해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총선 결과 승리한 정당이나 연합세력이 총리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통령은 승리한 정당이 안정된 정부를 구성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정당을 지목해 총리를 지명하도록 할 수도 있다. (프라하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