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김한미(2)양 가족 5명의 미국 망명을 요청 받고도 묵살한 사실이 밝혀지자 25일 탈북자들은 "미국이 그럴 줄은 몰랐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일부는 "미국도 결국 우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을 뿐 정말로 도와주려는생각은 없지 않느냐"고 반응했지만 일부는 "이번 일은 아쉽지만 미국은 그래도 다를것"이라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이날 탈북 청년 모임인 백두한라회 김성민(41) 회장은 "정말이냐. 믿을 수가 없다. 그동안 몇몇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이상한 쪽으로 끌고가려는 이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라며 어이없어 했다. 김 회장은 또 "미국에서 김정일이 나쁘다고 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많이 거론하니까 탈북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미국에 대한 감정이 대체로 좋았다"며 "하지만 미국이 망명 요청을 묵살한 게 사실이라면 정말 나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미국도 겉으로는 인권이니 뭐니 하면서 탈북자들을 위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이용할 궁리만 한 것 아니냐"며 "미국마저 그렇다면 탈북자들은 정말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탈북자동지회 홍순경(64) 회장은 "이번 5명 문제만 보면 아쉽지만 그래도 미국은 앞으로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동안 미국이 북한 정권과 북한 백성을 갈라 보고 백성을 동정하는 데대해 바른 소리 한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이 5명의 망명 요청을 접수해줬으면 하고희망했는데 접수되지 않아서 유감"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그래도 미국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며 "특히 미국 국회의원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호 의원 비서인 김형덕(29)씨는 "미국은 그동안 철저하게 자국 중심의 대북 정책을 펴왔지 않느냐. 예상됐던 결과일 뿐 놀랄 일이 아니다"며 당연한 일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는 또 "나도 처음에 북한에서 나올 때는 미국에 호감이 있었지만 중국에 체류할 때 미국이 난민을 잘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며 "일부 탈북자들이 '북한은 악, 미국은 선'이라는 시각을 갖고 미국을 좋아하는 것일 뿐 실상을 알고 나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