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연이어 실시되는 프랑스 대선과 총선의 최대 관건은 좌우동거(코아비타시옹) 정부 청산이나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대선은 오는 21일, 다음달 5일에 각각 1, 2 차 투표를, 총선은 오는 6월 9, 16일에 1, 2차 투표를 실시한다. 이 처럼 한달 간격으로 대선과 총선을 한꺼번에 치르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 프랑스 정치사에서 노정했던 대표적인 비효율을 해소하기위한 것이다. 프랑스는 그 동안 3차례의 코아비타시옹을 경험하면서 대통령과 총리가 좌우파로 갈려 사사건건 대립해 정부가 마비하다시피 하자 지난 2000년 40년만에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해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국민투표는 유럽의 군주로 통하던 프랑스 대통령의 권한과 임기를 대폭 줄여 의회와 갈등하는 소지를 축소하고 만일의 경우 동거 체제가 되더라도 그 기간을 최소화해 보자는 뜻에서 실시됐다. 전후 최대의 정치실험으로 통하는 이 개헌에서 프랑스는 다른 좌우동거 정부의 출현을 막기 위해 총선 일자를 대선 직후로 잡았다. 이럴 경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지지가 총선에도 이어져 좌우동거 정부 출현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대선을 2주일도 남겨놓지 않고 있는 12일 현재 전적으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우선 좌우파의 거두로 당선이 유력한 두후보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불과 2-3% 포인트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거리는 양상을 거듭하고 있어 대선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없기 때문이다. 또 대선에 밀려 국민의 관심 밖에 있는 총선의 경우 사회당 중심의 현 집권 좌파가 승리할 지 우파가 설욕할 수 있을 지도 역시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좌우동거 청산 과제가 실종할 가능성 마저 배제할 수 없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리오넬 스톨뤼 씨 등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총선과 대선 결과 좌우동거 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새로 당선한 대통령이 사임하든지, 총선을 다시 실시하든지 양자택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소속당과 의회내 다수당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2000년 국민투표의 정신을 존중하는 뜻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 중 한쪽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이나 조스팽 총리의 당선 후 사임이나 총선 재실시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은 선거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으로 인해 증폭하고 있다. 대권 도전 3-4수는 프랑스 정치판에서는 다반사다. 그래서 국민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직업 정치꾼들에 식상해하고 있으며 시라크 대통령이나 조스팽 총리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로 투표 기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