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가 제시한 중동평화안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 평화안을 성사시키기 위한 각국 지도자들의 외교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대외정책대표는 27일 사우디 아라비아를 급거 방문, 압둘라 왕세자와 사우디 주도의 새 중동평화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을 방문 중인 솔라나 대표는 양측 지도자들로부터 새 평화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뒤 이 지역 체류일정을 단축하고 27일 사우디의 제다로 날아가 압둘라 왕세자와 서둘러 회담하기로 했다고 EU대변인이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26일 압둘라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새 중동평화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사우디 관영통신이 보도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압둘라 왕세자가 제안한 평화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이날 카이로에서 회담을 열어 새 중동평화안을 논의한뒤 이스라엘이 새 평화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무바라크 대통령과 압둘라 2세 국왕은 "정당하고 포괄적인 평화를 구축하려는 아랍의 제안, 즉 최근 사우디가 제안한 구상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일이스라엘 정부에 촉구했다"고 사프와트 알 셰리프 이집트 공보장관이 발표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역시 새 중동평화안을 논의하기 위해 어떤 사우디지도자라도 만날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솔라나 대표가 전했다. 샤론 총리는 사우디 평화안의 세부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사우디 관리들과의 회담을 주선해 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앞서 모셰 카트사브 이스라엘 대통령은 압둘라 왕세자의 예루살렘 방문을 초청하고 자신의 사우디 방문 용의도 밝혔으나 사우디 관영 알 와탄지는 아랍권과 이스라엘간의 협상타결 이전에는 양국 관리들간의 상호방문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새 평화안이 미국 언론에 보도되기 전 이미 사우디측과의 협의를 통해 새 제안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라파트 수반은 특히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영토 중 통곡의 벽과 유대인 거주지역의주권은 이스라엘에 그대로 남겨둔다는 사우디측 제안에도 동의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페레스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아리엘 샤론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간의 회담을 신속히 무조건적으로 개최할 것을 촉구하고 유럽과 미국이 중동평화협상에 보다 깊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우디는 다음달 27-29일 열리는 베이루트 아랍정상회담에서 새 평화안에 대한 아랍연맹 회원국 지도자들의 승인을 얻은뒤 새 제안의 본격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알 와탄지는 밝혔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이 이스라엘군의 억류에 의해 아랍정상회담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사우디는 새 평화안 자체를 제의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