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이슬람 성지 메카행 항공편이 취소된 데 격분한 순례자들의 집단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압둘 라흐만 항공관광장관이 고위 보안관리들에게 암살됐다고 하미드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반이 15일 말했다. 카르자이 수반은 이날 오후 사예드 라힘 문화장관이 대독한 성명에서 라흐만 장관 사망 사건은 "성지 순례자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고위 보안관리 6명이 라흐만 장관을 암살했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수반은 성명 낭독 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들이 탈레반 정권시절부터 계속돼온 파벌간 반목에서 비롯한 개인적 원한과 증오심에서 암살을 계획했다면서 4명을 체포하고 도주한 3명에 대해서는 사우디 아라비아 당국에 체포와 송환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카르자이 수반은 "이 모든 것이 저항의 시절에서 비롯했다"고 말했으나 자세한 배경 설명은 제시하지 않았다. 카르자이 수반은 용의자로 체포한 4명 중 2명은 군장성이며 메카로 도주한 3명은 국가보안국과 법무부, 국방부 간부들이라고 밝히고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용의자 중 5명은 아프간 과도정부에 참여하는 북부동맹의 일원인 자미아트-이슬람 파벌 소속이다. 라흐만 장관은 이 파벌에 소속돼 있다가 탈레반 정권 시절 모하메드 자이르 샤 전 국왕 파벌로 적을 바꿨다. 라흐만 장관은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행 비행기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라흐만 장관이 성지 순례객들의 뭇매를 맞고 사망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살해된 경우 카르자이 수반이 이끄는 과도정부내 파벌 간 반목이 유혈 사태로 확대하고 있다. 북부동맹은 아프간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최대 파벌이다. 한편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은 라흐만 장관 살해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사우디 당국이 아프간 과도정부의 용의자 체포와 송환 요청을 수용한데 환영을 표시했다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앞서 아프간 관리들은 라흐만 장관이 가족들과 함께 인도로 여행하기 위해 메카행 항공편을 취소시켰다는 소문에 격분한 순례자들에게서 집단폭행을 당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카불 워싱턴 AFP AP=연합뉴스) y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