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주요 언론은 14일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탈퇴 결정은 러-미 정부간의 사전 합의에 따른 '계획된 실수'라고 분석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계획된 실수'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미국의 ABM탈퇴는 사실상 지난 달 텍사스 미-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이번 결정은 양국간의 '신관계'를 특징지우는 것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정부는 ABM 탈퇴 결정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모스크바 방문 직후에 나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파월 장관의 ABM 동반 탈퇴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ABM 탈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메르산트지(紙)도 `부시의 어긋난 행동'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의 모든 반응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달 미국에서 한 `러-미 관계는 구체적 문제 보다 더 큰것'이라는 말에서 출발한다"며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이 말에 따라 반응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러시아가 미국 결정에 담담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전략 공격무기 감축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다른 일간지 네자비시마야(舊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도 '미 ABM 탈퇴는 범죄아닌 실수'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당장 ABM 협정에서 뛰쳐나갈 필요성은 없었다"는 각계 인사들의 분석을 소개하며 미국의 ABM 탈퇴가 사전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