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북부 쿤두즈가 북부동맹에 의해 함락됨으로써 남부 칸다하르가 탈레반의 마지막 남은 보루가 됐으며, 이에 따라 탈레반은 자신들의 정신적 고향인 이곳에서 최후의 저항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최근 몇주사이 아프간 지역 대부분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은 북부동맹에 밀려 퇴각하면서도 전술적인 후퇴일 뿐이라고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특히 자신들의 마지막 거점인 칸다하르에서는 "항복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외치며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탈레반의 지도자인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의 대변인인 시에드 야야브 아가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칸다하르와 인근 지역 주민들은 우리와 함께 하며 아프간의 이슬람국가를 위해 싸울 것을 다짐했다"면서 끝까지 칸다하르를 사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칸다하르에 남아 있는 병력의 규모에 대해 아가 대변인은 구체적인 수치를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탈레반측은 5만명 이상이 항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은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섣불리 항복하는 일은 없을정도로 일정 수준 이상인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지도자 오마르가 고향인 칸다하르에 여전히 남아 항전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칸다하르는 지난 1994년말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 무자헤딘 정권이 축출될 당시탈레반의 수중에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이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던 칸다하르에 탈레반이 입성했을 당시 타지크족 등 여타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카불 정권의 통치로부터 소외감을 느껴왔던 다수파인 파슈툰족주민들은 탈레반을 열렬히 환영했다. 탈레반이 즉결재판 등으로 단호하게 치안질서를 확립하고 기강을 바로잡아 나가자 탈레반에 대한 지지도는 더욱 높아졌으며 토착 군벌세력들도 다른 지역으로 쫓겨났다. 이번 아프간 전쟁이 시작되기 전 거주인구가 50만명으로 추정되던 칸다하르는척박한 남부 아프간 영토에 오아시스였으며 한때는 과일, 특히 사과의 주산지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소련의 침공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전쟁과 내전으로 현재 도시의 관개시스템이 망가졌으며 주변 일대에는 여전히 수많은 지뢰가 매설돼 있는 상태다. 최근 수년간 칸다하르의 대표적 농산물은 양귀비이며 올해초 탈레반이 모든 양귀비 재배농지의 파괴를 명령할 때까지 양귀비는 탈레반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7주전 미군의 공습이 개시된 이후 주민 가운데 최소 절반 정도가 칸다하르를 빠져나갔으나 최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주민들이 여전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며상점들이 성업중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의 친(親)탈레반 이슬람단체인 라쉬카르-에-타이바의 고위 간부인 물라나 아미르 함자 사히브는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지난주 칸다하르를 다녀 온 후 "주민들의 사기는 매우 높으며 탈레반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칸다하르 공항의 운영책임자를 지내고 현재 아프간 평화안 실행을 위한 다민족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하지 압둘 가푸르는 "현지 주민들이 탈레반을 지지하는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등 각자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상반된 분위기를전하고 있다. (퀘타 AF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