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강타한 사상 초유의 테러공격을 계기로 미 행정부의 핵무기 사용에 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紙)가 5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많은 군사전략가들과 학자들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기존의 애매한 정책을 포기하고 특히 생화학무기 위협에 핵무기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천명할 것을 부시 행정부에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모든 미 행정부들은 대량파괴무기 위협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모호한 정책을 유지해 왔다. 지난 90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위협이 대두됐을 때에도 미 국방부는 "이라크의 책동에 단호하고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핵무기 사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미국의 모호한 핵무기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와 올 초 발표된여러 군사전략 보고서에서 이미 제기됐다. 국방부 전략자문관을 지낸 스티븐 영거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핵무기의 역할에 대한 사고방식과 정책을 변경해 소규모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올 1월 국가공공정책연구소(NIPP)가 발간한 보고서 역시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해 지역패권을 추구하고 미국 및 동맹국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세력을억제하려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하에 최근 미 테러사건으로 명분을 얻은 강경론자들은 핵무기 사용을더욱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NIPP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스미스는 최근 "지난 11일 테러공격으로미국이 폭넓은 군사적 대응수단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면서 "핵무기를 제외한 기존의 무기로는 모든 위협세력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고위관리들 역시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 등 위협인물을 제거하고생화학무기 저장장소를 파괴하는 데는 소형 핵무기 사용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략가들은 "정책변경이 비핵국가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미국의 약속에 어긋나며 핵무기 사용에 반대하는 동맹국 특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자극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78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은 핵무기 보유국 또는 그 동맹국에 의해 미국의 국익이 위협받지 않은 한 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에 핵무기 공격을 가하지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