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주용기)중국 총리는 현존하는 최고 케인즈 제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해 주 총리에 붙여준 별명이다.

지난 2년 동안 그가 디플레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택한 확대 재정정책을
보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경제 사령관"인 그는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 인프라
구축사업에 퍼부었다.

지난 98년 1천억위안(원)의 국채가 발행됐다.

우리 돈으로 약 14조원이다.

작년 6백억위안에 이어 올해도 1천억위안의 국채를 더 발행할 계획이다.

재정을 풀어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미래 성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국판 뉴딜 정책이라고 했다.

중국은 확대 재정정책을 작년 경제성장(7.1%)의 일등공신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페이엔(증배염) 국가발전계획위 주임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작년 중국
경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디플레 속에서도 성장목표치(7%)를
달성했다며 뉴딜 정책을 추켜세웠다.

과연 그럴까.

겉으로 보기에 중국 재정은 안정적이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지난해 기준)은 2%, GDP대비 누계
국가채무 비율은 약 20%선으로 어느 선진국보다 양호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우선 나라 살림살이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다.

GDP대비 국가 재정수입은 12%, 중앙정부 수입은 6%에 불과하다.

개도국의 GDP대비 중앙정부 재정수입 평균치 32%와 큰 차이다.

게다가 중앙정부 살림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율(재정의 채무의존도)은 60%를
넘는다.

채무 운용은 더 심각하다.

지난 98년 중국 각급 정부가 빌린 돈은 약 3천3백10억위안이었다.

이중 71%에 해당하는 2천3백52억위안을 기존 빚(채무 및 이자)갚는데 썼다.

돈을 빌려, 빚을 갚는 꼴이다.

차기 중국지도자로 꼽히는 후진타오(호금도) 국가부주석이 최근 한 경제대책
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 총리가 이같은 위험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확대 재정정책을 쓰는 것은 억지로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통화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처지다.

금융시스템의 낙후로 정책이 먹혀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악화를 무릅쓰고라도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중국 케인스의 고민이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