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신 위험관리시스템을"

미국과 유럽의 업계를 중심으로 보험가입을 최소화하고 위기관리시스템
(Risk Management System:RMS)을 도입하는 경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RMS란 기업의 각종 위험요소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커버할 수 있는
위험분산 모델을 찾아내는 기법.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보험가입 대상을 최소화해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게
가장 큰 이점이다.

RMS의 핵심적인 개념은 기업에 닥치는 위험중에 자체적인 헤지 기능을
가진 위험들이 많다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94년 로스앤젤레스 지진때 캘리포니아의 한 전화회사가 겪은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 회사는 지진으로 인해 일부 전화설비가 파손되는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가족들의 전화가 폭주하는 바람에 오히려
수입이 크게 늘어나 손실을 만회했다.

따라서 이 회사가 지진에 대해 들었던 보험은 사실상 거의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개념에서 착안된 RMS는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각종 위험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간주해 최적 분산모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 선구자는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듀크에너지사다.

이 회사의 리스크 매니저들은 환율변동, 원자재가격 변동같은 위험요소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모델을 설계중이다.

이 모델은 여러 형태의 위험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계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종 위험중 어느만큼을 주주들이 부담하고, 어느만큼을 보험에
들어야 할 지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듀크에너지에 이런 포트폴리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한 회사는 리스크매니지먼트솔루션(RMS)이라는 회사.

일본의 카지마건설, 미국의 엔론 등도 이 회사의 고객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스캔들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손상 등 계량화하기 힘든
위험까지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 있다.

보험가입대신 RMS를 도입할 경우의 또다른 이점은 재해발생시 흔히
벌어지는 보험회사와의 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언론대기업인 피어슨에서는 지난 97년 겨울 한 직원이
1억7천1백만달러를 횡령해 잠적한 사고가 발생했다.

피어슨은 즉각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아직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고까지 보험금 수령사유에 해당되느냐를 두고 이견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피어슨은 앞으로 골치아픈 보험가입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RMS를
도입키로 했다.

이런 기업은 피어슨만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대기업들이 RMS를 채택하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궁극적으로 보험회사가 전혀 필요없게 될 지도 모른다.

실제로 브리티시 페트롤륨(BP)의 경우 법으로 의무화된 경우 외에는
보험을 들지 않고 있다.

"보험회사에 맡길 일이 별로 없다"(BP리스크매니저 헨리 라브람)는 게
그 이유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