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가 결국 한발짝 물러섰다.

자신이 "개혁"이라고 외쳐온 재정적자 감축을 포기했다.

백약이 무효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경제를 먼저 살려야 한다는 압박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곧바로 엔화환율과 주가가 다소 회복됐다.

하지만 그 폭에서 알수 있듯이 전체적인 반응은 시큰둥하다.

경기대책을 "쓰는둥 마는둥" 했다는 인식들이다.

여전히 하시모토 총리가 "개혁"과 "경기부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
에 잡으려 한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시모토총리는 재정개혁 노선을 수정하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때문에 재정적자 감축을 유보하지만 개혁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얘기였다.

"긴급피난적인 대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던 길을 되돌아서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총리를 경제계와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

더군다나 그가 애시당초 정했던 길도 잘못됐었다는게 안팎의 중론이다.

일본정부는 작년 4월1일 소비세를 인상했었다.

소득세 특별감세도 없앴다.

경기가 후퇴하고 있는 시점에서 소비를 위축시키는 경제상식에 벗어난
정책을 취한 것이다.

정책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평판은 한마디로 냉혹하다.

"망국의 수상" "제2의 후버"..

증권가에서는 "하시모토총리가 물러나지 않는한 일본의 경기회복은 물건너
갔다"고 공공연하게 떠든다.

지도자는 우선 판단을 잘해야 하지만, 잘못했을 때는 신속하게 실책을
인정하고 수습해야 한다는 것을 재삼 확인시켜 준다.

김경식 < 도쿄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