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사상최대의 구리스캔들"로 일컬어지는 스미토모상사의 부정거래
사건 공개 1주년을 맞는다.

스미토모스캔들은 이 회사의 한 간부가 구리가격조작으로 26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함으로써 비철금속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구리가격폭락에 따라 큰 손실을 입은 거래자들의 대거 이탈사태을 겪었던
구리시장은 여전히 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리값(선물기준)은 최근 광산파업 등 일시적 요인으로 스캔들직전수준인
t당 2천5백달러선으로 회복됐지만 구리시장은 거래부진 등 구조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 증거는 세계구리거래량의 70%를 담당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나타난다.

구리가 오랜기간 고수해온 최대거래품목의 지위를 알루미늄에 내줬다.

올들어 알루미늄의 일일 계약건수는 약 9만건인데 비해 구리는 6만건에
불과하다.

한국 중국 등 주요수요자들은 현물이나 근월물 위주로 매입할뿐 원월물
매수를 꺼리고 있다.

반면 공급자들은 출하물량을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이로써 현물값이 선물값보다 높은 백워데이션현상이 지속되면서 LME의
구리재고는 12일 12만7천여t으로 1년전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이는 스캔들로 구리시장을 떠났던 주요 투자자 및 중개업체들이 불안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ME측은 이들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가격조작 등을 예방토록 기존 거래관행을
대폭 수술했다.

그러나 구리거래가 과거처럼 활발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이탈한 스미토모상사 등 큰 손들이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