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

막판 피치를 올려야할 그가 지난달 26일 갑자기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2일 현재까지 연7일째 대중들 앞에 한번도나타나지 않았다.

1일 저녁에는 국영TV에 나타나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지지를 호소했으나
무척 생기없고 부자연스런 모습이었다.

일부 관측통들은 국영TV가 오래전에 찍어놓을 필름을 편집해 교묘하게
연출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TV뉴스시간을 통해 비춰진 그의 모습에는 "마약과다복용으로 치명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얼굴이 담겨져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주가노프진영은 이를 호기로 삼아 "옐친이 꼭 무덤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살아있는 시체를 대통령으로 뽑는 과오를 범하지 말자"고 선전했다.

이에대해 옐친 대통령의 오른팔인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대통령으로서
일상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그와 악수를 하니까 손이 으깨지도록
꽉 힘을 주었다"면서 와병설을 일축했다.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너무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결과 가벼운 감기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크렘린 전속의사들과 비서진들은 "장기간 선거운동의 후유증으로 목이
쉬었을 뿐"이라고 했다가 그 정도로 선거운동을 중단할 수 있느냐는 추궁에
"후두염증세"라고 해명하는 등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여러 정황으로 봐서 옐친의 건강이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이미 두차례나 심장발작을 일으켜 이미 국정수행능력을 의심받은
그가 만약 중병을 앓고 있다면 결선투표결과에 상관없이 러시아정국은 깊은
안개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